Originality
상상의 관객에게 글작업을 다듬으면서, 작품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하는 생각이 불현 들었다. 이 글은 분명 전시 이전에 쓴 것이므로 전시가 물체화되지 않은 상태라는 환경 자체가 끌어낸 이야기이다. 상상은 어쨌든 끝이 났고, 상상이 현실로, 또 현실이 다시 신기루로 변화한 이 시점에서 이 글은 어디에 의미룰 두어야 할까.
언제, 작품은 끝이 나며 더이상 복귀하거나 발전할 수 없는 무중력의 상태로 완성 되는 걸까. 그럼 여기까지 – 라고 하는 그 순간. 작가는 그 순간을 언제 감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전시이후, 혹은 작업이 끝난 이후 작업은 다시 발전할 수 없는 걸까.
케케묵은 이야기지만, 뒤샹의 The Bride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Even (unfinished, 1915-1923)의 큰 유리판 작업이 깨지고 나서 뒤샹은 깨진 상태로 내버려두었다. 현대미술에 변기를 던지고 자위행위 시스템을 만들었던 작가이니 만큼 그 남성적 후추파가 어지간했겠냐마는, 그런 우연성에 기대기만 한다면야 무엇이 고민할만한 가치가 있겠는가. 김소라는 그보다 훨씬 의미있고 위트있다. 그녀는 다른 작가들이 버린 아이디어들을 모아 재활용하여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여러사람과의 협업과정을 통해 현대미술의 개인적 일탈이 주는 무의미성을 보여준다. 작품은 끝이 나거나 복귀하거나 발전하지 않아도 상관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 작업들은 하나하나씩 시간과 거리를 두고 떨어져 나간 생명체이지, 하나의 몸에 붙어서 점점 크기가 커지거나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작업에 있어 그 원본의 의미, 원래의 의도, 당시의 상황과 아이디어를 간직하기 위해 나는 몇가지 규칙을 정하기로 한다.
1. 상념들, 습작들 – 이것들은 때마다 번호를 매겨서 고쳐지는 버젼을 따로 보관한다.
2. 구체적인 완성계획을 가지고 만드는 경우 – 완성된 이후에는 고치지 않는다.
3. 보수 / 편집이 필요한 경우 – 보수 혹은 편집에 있어서의 각주를 단다.
4. 완성하였으나 전시하지 않은 경우 – 다시 1번으로 돌아간다.